서울시 권한 아니라더니...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앞장선 오세훈 시장
행정기관, 사측 모두 노동자 의견 배제하고 휴일 변경 추진해
"도둑 맞은 내 휴일 찾겠다" 마트노조 서울시 및 자치구 강력 규탄

대구시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서울시까지 번졌다.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마트 현장 노동자 의견은 배제한 상황이다. 이에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서울시의 휴일 변경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마트노조가 서울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한 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로 지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마트노동자 휴식권을 지키는 필수 제도로 정착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끊임없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해 왔다. 여론 조성에 실패하자 대구시, 청주시 등 여당 소속 지자체를 앞세워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논의에 불을 붙였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 역시 이 논의에 합류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지역별로 진척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2개 자치구에서 진도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행사에서 현실화됐다. 서울시 한 구청은 이 행사 기간 기존 의무휴업일(11.12 둘째주 일요일)을 11.5(첫째주 일요일)로 변경한다는 행정처분 예고 공문을 발송했다. 마트노조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9개 자치구에서 같은 행정처분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공문이 발송되기까지 정부, 서울시, 관할구청 어느 곳에서도 마트노동자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았다.

이에 마트노조는 25일 오전 9시 30분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서 ‘서울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서울시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이 노동자 목소리를 배제한 의무휴업일 변경 추진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서울시가 발송한 이 공문 한 장 때문에 (마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서울시의 이번 의무휴업 변경 추진이 노동자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일방적 시도임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노동자 의견은 완전히 배제한 채 의무휴업일 변경의제를 밀어붙이다 갈등을 빚은 게 이미 여러 번인데도” 서울시가 과오를 또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유통산업발전법 12조에 의무휴업의 취지는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고, 실제 의무휴업일은 노동자에게 가족과 보내기로 약속된 날”이라며 이번 서울시의 시도가 마트노동자의 휴식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일요일에서 일요일, 한시적 변경이지만 마트노조가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트노조는 이번 사안을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서울시에서도 추진하기 위한 수순 밟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가 마트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의무휴업 변경은 서울시가 아닌 자치구 자율 권한’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휴일 변경에 오 시장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윤석열 정권의 친재벌 기조와 의무휴업일 변경 강행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오세훈 시장의 꼼수와 시나리오가 다 보입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반대여론에도 강행했던 의무휴업일 변경 과정을 언급하며 오 시장 역시 같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이번 서울시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의 배후가 윤석열 정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석열정권 출범 후 지속된 유통재벌 요구 받들기 기조를 지적하는 한편, “윤 정권 첫 국무조정실장이었던 방문규 산업자원부장관이 의무휴업일 변경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김 사무처장은 “국가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을 희생시키는 것이 곧 독재정치”라고 비판하며 오 시장의 노동자 배제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의무휴업일 변경을 강행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노동자들은 두고 보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

진희자 이마트 여의도지회 지회장이 의무휴업일 변경 공문으로 혼란에 빠진 마트 현장 상황을 전하고 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제가 이 시간에 발언을 하게 된 건 도둑 맞은 제 휴일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진희자 마트노조 이마트 여의도지회 지회장은 의무휴업일을 강탈당할 위기에 놓인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세 달 전부터 준비했던 가족여행이 서울시 공문 한 장에 무산될 상황이라며 “누구 눈치 안 보고 남들 쉴 때 쉴 수 있는 유일한 주말 휴일을 오 시장과 영등포 구청장이 망치려 하고 있다, 왜, 누구 마음대로 내 휴무를 바꾼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휴일 변경 통보에 당황한 건 진 지회장뿐이 아니다. 진 지회장은 “어제 의무휴업 변경으로 근무 조정 하라는 관리자 메일을 받은 많은 사원들에게서 걱정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사람에 따라서는 1년 전부터 의무휴업일에 맞춰 일정을 잡는 사람도 있다”며 의무휴업일 제도가 마트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서울시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며 의무휴업일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박상순 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이 행정기관과 사측이 마트노동자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상순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 (진보당 중구성동 국회의원 후보)도 마트노동자를 대변해 의무휴업일 변경의 부당함을 알렸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한시적이라고 말하면 변경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고작 한 달 두 번 일요일을 쉬는 노동자들 입자을 들어는 보셨습니까? 라며 오 시장의 노동자 배제 행정 추진에 강하게 항의했다.

또 ”2012년 의무휴업일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마트노동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므로 그 변경 역시 당연히 마트노동자의 입장을 듣고 그 뜻에 따라야 한다“며 노동자 입장을 청취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이 서울시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서울시의 의무휴업일 변경 협조 요청 공문과 오 시장의 발언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마트노조는 ‘의무휴업일 변경은 어느 요일로의 변경이냐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 자치구청, 대형마트 모두 당사자인 노동자에게는 아무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를 ‘의무휴업의 이해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마트노조는 행정기관과 대기업의 일방적 휴일 박탈을 막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 서울시, 행정처분을 예정한 모든 구청에 대해 항의행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김미정 마트노조 서울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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