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1호 의무휴업제도 무력화, 서울시도 나섰다
서초구, 동대문구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진행, 노동자 의견 또 배제
대구시, 청주시에서 이미 확인된 ‘평일변경 악영향’...노동자 건강권, 지역상권 모두 무너져

서울시 일부 지자체들이 월 2회 주말로 지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겠다고 나서면서 마트노동자의 휴식권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 이에 평일 변경을 먼저 추진한 대구시, 청주시 조사를 통해 ‘의무휴업제도 무력화가 지역상권 붕괴,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불러오고 있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의무휴업 평일 변경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2년 하반기부터 유통재벌기업의 청원에 따라 의무휴업제도 무력화를 추진해 왔다. 주말로 지정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 역시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노동계의 반발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대구시, 청주시를 앞세워 평일 변경을 추진했다.

최근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여당 구청장이 있는 서울시 서초구, 동대문구가 지난 12월부터 평일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17일 서초구는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건을 행정고시했다. 각 지자체 소관인 의무휴업제도를 중앙정부가 시가 개입해 개악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휴업일 변경 진행 중 이해당사자인 유통노동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의무휴업 평일 변경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의 의무휴업제도 개악 문제를 짚는 한편, 의무휴업제도 무력화가 대구시의 골목상권, 청주시 노동자 건강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리는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10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노동·시민사회·진보정당 공동행동(이하 의무휴업공동행동)이 공동주최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유통노동자도 주말 휴식이 필요한 시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유통노동자도 주말 휴식이 필요한 시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주말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날이다, 마트 노동자 역시 노동, 휴식만 반복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주말에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유통노동자가 온전한 사회생활과 휴식으로 인간다운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유통노동자와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 서초구, 동대문구의 마트노조 공문 무응답을 비판하고 있다.

의무휴업제도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싸워온 마트산업노조의 강우철 위원장은 서울시 서초구, 동대문구 지자체들이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라는 노조 공문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강 위원장은 “(의무휴업의 이해당사자인 마트노동자 의견을 배제할 거면) 의견 개진이라는 행정 절차는 왜 존재하는 것이냐”고 강하게 규탄했다. 또 “유통산업발전법 제 12조 1항을 근거로 의무휴업일 주말 지정은 근로자 건강권을 위한 것”이라며 노동자 건강권보다 대기업 이윤을 앞세우는 행정을 비판했다.

임수환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서초구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으로 주말을 뺏기게 된 킴스클럽 강남점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임수환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서초구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으로 주말을 뺏기게 된 킴스클럽 강남점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임수환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랜드 킴스클럽 매장 중 유일하게 의무휴업제도가 적용된 킴스클럽 강남점 노동자들이 최근 서초구의 평일 변경 추진으로 주말을 잃게 된 상황을 전했다. “또 우리의 휴식권이 지켜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며 대기업 실적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마음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가 의무휴업 평일 변경이 청주시 마트 노동자 건강권에 미친 악영향을 추적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23년 3월 1차, 23년 8월 2차 청주시 마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무휴업일 평일변경 시행 후 청주시 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서 불확실한 노동시간, 일과 가정 균형 악화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주말노동이 노동자의 우울증, 수면 장애 등 사회적 건강 침해에까지 이른다고 지적했다.

유병국 인천대학교 무역학부교수가 의무휴업제도 무력화가 지역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병국 인천대학교 무역학부교수가 의무휴업제도 무력화가 지역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병국 인천대학교 무역학부교수는 의무휴업일 폐지가 대형마트의 지역상권 독식, 나아가 지역상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설했다. 유 교수는 먼저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개한 자료가 객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또 대구시 의무휴업일 변경 전과 후 1년 근처 소매업체 유지율을 비교해 평일변경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시행 후 대형마트 인근 소매업 약 80%가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했으며, 이중 대형마트, SSM과 밀접한 대체 관계에 있는 의류, 음료판매업체가 특히 감소했다.

유 교수는 ‘특정 대형 업체가 지역에 들어설 때 소매 상권 생태계 자체가 틀어진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대형마트 입점으로 주변 소매업체 상권이 무너지고, 대형마트는 상권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그 지역 상권 자체가 붕괴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 사업체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의무휴업제도가 지역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김 팀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당일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응답 53%, 고객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3%에 달한다”는 조사(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 진행) 결과를 인용하며 유통대기업이 펴는 의무휴업제도 무용론을 반박했다. 또 골목상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전통시장, 골목상권에 상품을 납품하는 다수 대리점, 중소 제조업체와 상공인, 소속 노동자 모두 일자리를 잃어 지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7일 서초구, 동대문구에서 진행한 집회에 이어 윤석열 정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탈, 정권의 뜻을 수행하는 국민의힘 각 지자체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유통노동자의 주말휴식권 쟁취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예정이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 중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 중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