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연속인터뷰]
철도노동자, 김동영

11월 11일 열릴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노동과세계〉가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노동자들을 만난다. 인터뷰에 응한 세 번째 노동자는 경기 의왕 부곡승무사업소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부곡기관차승무지부 김동영 청년부장이다.
그는 철도노동자다. 그의 미래는 전국을 누빌 철도기관사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한국철도공사는 첫 직장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백화점 영업관리직으로도 일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 모두가 철도노조 조합원인 게 자랑스럽다는 김동영 조합원에게 지난 9월 철도노조 총파업은 생애 첫 파업이었다. [편집자주]

 

“생애 첫 파업 소감이요? 나서야 할 땐 나서야 한다는 거예요”
철도노동자, 김동영

김동영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부곡기관차승무지부 청년부장. 사진=송승현
김동영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부곡기관차승무지부 청년부장. 사진=송승현

저는 노동조합에서 청년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시작한 건 6개월 정도 됐어요. 지부장님으로부터 청년부장을 제안받아 직을 맡았습니다. 아직은 여기저기 다니며 노동조합에 대해 배우는 시기이기도 해요. 한국철도공사에 들어온 것도 1년 8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 9월 파업은 제 생애 첫 파업이기도 했습니다. 뜻 깊은 순간이었어요. 저는 파업 당시 상황조에 편성돼 지부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또 파업 기록사진을 남기는 일도 맡았죠. 조합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동지들의 매순간을 기록하면서 파업의 순간순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 눈에 비친 철도노조 총파업은요, ‘함께 갔다, 함께 온다’는 슬로건이 그대로 와닿은 순간이었습니다. 걱정과 불안보다는 조합원 모두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봤어요. 생업을 뒤로한 채 파업에 나선 가장들은 서로의 무거운 어깨를 다독여줬고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낌없이 건넸습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며 힘찬 투쟁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조합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나도 내 동료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해야겠다’, 그런 결심을 했죠.

노동조합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데요, 면밀히 들여다보면 다양하게 해석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저희는 철도를 운영하는 일을 하잖아요.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과 현장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점을 풀어나갔으면 하는 점들을 생각하곤 해요. 이런 건 평생의 과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힘의 균형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타협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일하는 승무사업소는 주로 화물열차를 운전합니다.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기관차와 화차를 연결하고 분리, 전선하는 입환 작업이에요. 그러니 기관사는 열차 안에서 지적확인과 환호응답으로 신호와 열차 진로를 거듭 확인해야 하고요, 밖에서 일하는 수송원도 위치도 수시로 전달하고 주변을 살펴야 하죠. 노사관계도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가 열차를 타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안전히 나아갈 수 있는 건 승객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기관사와 여러 철도노동자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예요. 저희 모두 높은 사명감, 높은 집중력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사측은 노동자를 위해 시대 흐름과 상황에 맞게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도 회사를 위해 최상의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철도노조 총파업 투쟁도 조합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었거든요. 세간에서는 파업 자체를 두고 철도노조를 비난하지만, 우리도 철도노조 조합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철도의 미래와 내 동료,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섰던 거거든요.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과 철도노동자 임금, 4조2교대 전면시행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알짜노선만 SR에 넘기려고 합니다. 철도민영화예요. 그러면 코레일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철도노동자와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노동조합에서 ‘KTX-SRT 하나로’ 운행을 주장하는 이유예요. 철도민영화는 운영과 관리체계 이원화로 노동자간 단절을 부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열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서도 관제실과 현장의 소통 부재로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거든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죠.

과거 철도노조 파업은 민주노총 투쟁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파업에 돌입할 때는 무섭기도 했죠. 그러나 우리 사업소는 단합이 잘 되니 파업이 장기화돼도 다같이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파업이 끝났을 땐 ‘이렇게 우리 목소리를 내야겠다’ ‘조금 불편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부모님은 ‘중간만 하라’고 하세요. (웃음) 하지만 제가 앞에 나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겠죠? 제 옆에는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을 위해서 앞장서 투쟁을 해야 하는 거죠.

청년부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예요. 노조에 가입한 것도 특정 정치색이 아니라 부곡사업소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싸움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으면 조합원으로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평조합원일 때야 괜찮지만 직책을 맡은 지부 임원이 된 지금은 다른 조합원에게 노조에 관한 이야기도 해줄 수 있어야 해요. 노조활동을 다방면으로 끌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저는 부기관사입니다. 기관사가 열차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있어요. 기관차는 혼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결코 나 혼자 잘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아니예요. 노동조합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 편안하게 파업 집회에 다녀온다고들 하는데요, 그건 선배들이 오랜 시간 힘들게 투쟁해서 얻어낸 덕분이잖아요.

“나서야 할 땐 나서야겠다.” 생애 첫 총파업을 마친 제 소감입니다.

김동영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부곡기관차승무지부 청년부장. 사진=송승현
김동영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부곡기관차승무지부 청년부장.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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