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연속인터뷰]
교사노동자, 김지연

11월 11일 열릴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노동과세계〉가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노동자들을 만난다. 두 번째는 충북 청주 율량중학교에서 일하는 11년차 교사 김지연이다.
전교조 조합원인 그는 청주북부중등지회 지회장이자 충북지부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1인분회인 율량중학교분회의 분회장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교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지만 임용 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교직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교직에 있는 동안 교사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바꾸고 싶다고도 했다. 서이초 사건으로 학교 선생님에게 세상의 시선이 모아졌지만, 교사의 노동권이 아닌 ‘감히 교사에게 민원을?’이란 국민적 정서로 귀결된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과목을 맡은 덕에 노동권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를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김지연 지회장이 가진 혜택이다.  [편집자주]

 

“교실 속 외톨이? 교직에 있는 동안 교사의 노동권을 바꿔보고 싶어요”

교사노동자, 김지연

김지연 전교조 청주북부중등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김지연 전교조 청주북부중등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처음 부임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우리 사회가 교사의 사명감이나 소명을 중요시하곤 하잖아요. ‘교사니까 이래야 한다’와 같은 것들. 교사로서 이상적인 모습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학생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긴장도 많이 했고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교사는 ‘관계’가 매우 중요한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요. 동료교사도 있지만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도 있으니까요. 

나중에 전교조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아졌어요. 청소년 인권이나 학생 인권을 공부하면서 학생과의 관계가 꼭 수직적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지각했다고 벌을 주기 보단 만나서 따로 상담을 해요. 생활습관도 묻고 지각하는 이유도 알아보죠.

교사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수업과 행정업무, 학급운영업무예요. 상담이나 생활지도는 학급운영업무에 해당되는데, 중학교에선 이게 가장 큰 업무예요. 가끔은 학생들이 외롭다면서 상담해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최근 서이초 선생님 사건이 터지면서 생활지도업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어요. 학부모 민원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서이초 선생님이 그런 선택을 한 뒤에 전국 교사 몇 만 명이 모여서 집회를 했잖아요? 그 몇 만 명이 서이초 선생님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어요. 선생님들은 누구나 교실에 서서 ‘오늘 학교 오기 싫었는데…’ ‘내가 죽으면 끝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번쯤은 하기 때문일 거예요. 우울증 가진 선생님들이 많아요. 대부분 생활지도에서부터 비롯되죠. 생활지도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거기서 발생한 민원을 담임 선생님 또는 담당 선생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문제예요. 앞서 말씀드린 교사의 업무 세 가지는 학교장 계획과 교육청 업무, 국가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교사에게 자율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업무와 행동에 대해 혼자 책임을 지게 하면 안돼요. 서이초 선생님도 혼자 책임지지 않고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함께 책임졌다면 결과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라졌을 거예요.

서울 집회에 두 번 정도 참여했어요. 주로 담임에게 부과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겪은 일과 비슷한 일도 있었어요. 들으면서 울컥했어요. 학교 자체가 민원으로부터 취약한 곳이예요. 그런데 아무도 민원으로부터 날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이 선생님들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것 같아요. 

교육이란 것은 폭넓은 개념이예요. 학교 수업만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교사도 노동자예요. 교육을 담당하는 여러 노동자 중 한 명일 뿐인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부여한 편견이나 책임, 도덕성이 아직 큰 것 같아요. 보통 우리가 ‘교권’이라 부르는 그 개념이요. 어떤 면에서는 그 개념이 교사 인권을 더 후퇴시키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노동권이면 노동권, 인권이면 인권, 교육권이면 교육권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교권이란 말엔 노동, 인권을 넘어 권위적인 개념도 조금은 포함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직업에는 없고 교사에게만 있는, ‘어떻게 선생님에게 그럴 수 있어?’와 같은 거요. 동전의 양면 같달까… 교사 집회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지만요.

저는 교사도 한 명의 노동자로서 당당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행동권은 물론이고요, 학교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 학생들의 인권과도 함께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서이초 사건으로 교사들에 대한 지지가 생겼지만, ‘교사만 힘들다’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봐요. 방과후교사, 청소실무사, 조리사, 교육행정직, 지킴이선생님… 정말 많은 노동자가 학교란 공동체 안에 있잖아요. 교사의 노동권과 이들의 노동권과 함께 가야해요. 우리 사회가 가진 교권에 대한 편견이 학교 내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건 아닌가 우려를 하기도 해요. 또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될 거잖아요. 학교에서부터 개념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죠.

9월 4일 서이초 선생님 49재 추모집회에 참석할 때 학교 전체 메신저에 그런 말을 쓰고 휴가를 냈어요. ‘저는 이러이러한 생각으로 집회에 나갑니다. 함께 못 하시더라도 학생들에게 이번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거나 검은 옷을 입는 등 추모행동에는 같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요. 공개적인 답장은 못 받고, 따로 응원을 받았습니다. 정치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선생님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 걸까 생각해봤죠. 서이초 사건으로 교사의 노동환경이 안 좋다는 걸 모두가 깨닫고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예요. 

우리도 노동자니까, 입버릇처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나와요. 회사원과 같아요. 그런데 교사는 교대 또는 사대를 졸업하거나 교직이수를 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막상 쉽게 그만두지 못해요. 마음대로 떠나기 힘들죠. 그래서 참고 다니는 거예요. 서이초 선생님처럼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우울증 상담도 받고 2년 전에는 갑상선암도 걸렸어요. 자궁경부암으로 아픈 선생님들도 있어요. 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겠죠?

저는 처음부터 교사를 꿈꾸진 않았어요. 그러나 일하면서 교사란 직업이 더 좋아졌어요. 전교조를 하면서 성평등이나 기후정의 같은 개념도 배웠고요, 수업시간에 그런 사회적 개념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얘기나눌 수도 있거든요. 저는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30년 더 채운 뒤에 명예퇴직하고 싶어요. 우리가 맞닥트린 어려운 노동환경, 교육현장은 교직에 있으면서 바꾸려고 해요.

김지연 전교조 청주북부중등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김지연 전교조 청주북부중등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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