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도 함께 치러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 서울봉제인지회와 봉제인공제회는 11월 25일 오후 2시 신당누리센터 5층 대강당에서 ‘2023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 총회 및 제3회 봉제인의 날 축하마당’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200여 명은 봉제인의 오랜 요구사항이자 노동환경, 산업구조 개선을 위한 ‘봉제인의 결의문’을 발표하며 ▲봉제종사자 노동이력증빙제도 도입 ▲서울시 4대보험 일부 지원제도 실시 ▲서울시·사업주·노동조합 3자 협의기구 설치 ▲봉제 공정임금·공정단가 전수조사 실시 ▲봉제종사자에게 비수기 실업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청계피복노동조합 설립일인 11월 27일은 봉제인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올해 11월 27일은 월요일인 관계로 11월 25일, 3회 봉제인의 날 축하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총 3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1부 시작 전 조합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조합원들은 임계섭 민중가수의 반주와 노래에 따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이정기 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청계피복노조와 전태일을 계승하기 위해 2018년 11월 27일 청계천에서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를 창립했다. 봉제인공제회를 통해 기업복지, 국가복지로부터 소외된 봉제인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왔다. 내년에는 363여명의 조합원의 힘에 기초해 서울지역 10만 봉제인들의 5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서울시, 정부, 사업주, 협회와 함께하는 논의기구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화섬식품노조 박영준 수도권지부장은 격려사를 통해 “봉제인들은 10인 이하 종사자가 90%에 이른다”며 “봉제인의 노동조건 개선 및 산업활성화를 위해 1만 9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의 조직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서울 봉제인들을 지지,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태일재단 이덕우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사람들이 사는 데 필요한 필수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인 옷을 짓는 전태일의 후예, 봉제인들에게 다시한번 축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전태일재단은 언제나 봉제인들 곁에서 함께 울고 웃고, 연대하고, 실천해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 1부는 2023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 총회로 진행했다. 2023 사업평가 및 결산과 2024 사업계획 및 예산을 심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봉제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려내고 요구사항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을 사업 내용으로 결의했으며, 백남정 조합원을 부지회장으로 인준했다. 백 부지회장은 공제회 설립 때부터 각종 행사와 집회 등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서울봉제인지회 활동과 봉제인공제회 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해주었다. ‘2023 모범조합원 시상식’에선 김은애·손명현·윤정이·윤정임·천승배·하영배 조합원이 모범조합원 상의 영광을 얻었다.

2부는 ‘제3회 봉제인의 날 축하마당’ 행사로 진행했다.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이 현재 진행중인 ‘도심제조 현장심층 연구사업’을 조합원들에게 중간보고했다. 민중가수 안계섭과 여성듀엣 달트인의 공연 뒤에는 지난 한 해 서울봉제인지회 활동을 지원해준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과 청계피복노조 조합원 모임인 ‘청우회’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회는 봉제인 바자회 행사에서 정산한 수익금을 전태일 재단에 전달했다.

이어서 봉제인 소모임 활동보고도 이어졌다. 사진반은 회원들의 작품을 포토북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선보이고 액자에 작품을 걸어 작은 전시회도 가졌다. 또한 사회공헌소모임 ‘지음’은 미혼모지원센터에 턱받이를 전달하고 독거노인 반찬배달 지원센터에 반찬 바구니를 만들어서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보고했다. 스윙댄스동아리도 멋진 춤솜씨를 영상으로 뽐내는 등 봉제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재능을 나눠 모임을 만들고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내용을 공유했다. 축하마당 행사가 끝난 뒤 3부에선 식사와 뒷풀이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은 다음과 같다.

3회 봉제인의 날을 맞이하여

 

바뀌지 않은 세상, 그리고 여전한 봉제의 현실은

행동하는 봉제인의 시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3회 봉제인의 날입니다.

1365, 많고 많은 기념일이 있지만, 봉제인의 노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날은 없습니다. 사람은 옷을 입기에 짐승이 아닙니다. 몸을 가리고 몸을 여미고 몸을 꾸밉니다. 우리는 그 일을 돌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봉제인은 1127일을 봉제인의 날로 정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기억하자고 다짐했습니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부치려던 편지를 오늘의 봉제인의 이름으로 대통령님에게 편지도 보냈습니다. 지난해 제2회 봉제인의 날에는 시장님과 함께 걸을 길을 열어달라서울시장님에게 드리는 글도 발표했습니다.

봉제인의 시간은 하냥 흐르고 있지만, 봉제인의 현실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나, 어쩌면 봉제인의 현실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게 오히려 진실일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봉제인 평균연령도 50대 후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일감도 줄고, 일 잘하는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봉제일 배우러 오는 젊은 사람도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10년 아니 5년 이내에 국내 봉제산업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거라는 참담한 이야기보다 지금 내 앞의 현실이 덧없고, 가망 없어 보인다는 말이 오히려 뼈저리고 가슴 아프게 들립니다.

더 늦기 전에, 아니 조금이라도 먼저 이제 미싱재단기’, ‘다리미와 함께 살아온 봉제인의 시간을 우리 자신의 미래, 봉제 현장의 미래, 봉제산업의 미래를 위한 공동행동으로 나서는 시간으로 되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 앞의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울지역 10만 봉제인에게 제안을 드립니다. 10만 봉제인의 4대 요구를 걸고 이제는 공동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합니다. 각자의 작은 차이와 이해를 넘어 서울지역 봉제사업주협회와도 함께 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권리는 받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입니다. 누구도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고, 그 누구도 당사자의 권리를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먼저 걸어가겠습니다. 봉제인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천리만리를 걸어가는 마음으로 나부터, 내 옆의 동료와 소중한 변화를 위한 노력도 성실하게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봉제인들은 스스로 봉제산업 현장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더는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인력공급과 수요를 원활히 하는 공공무료직업소개소, 재단기나 산업용 재봉틀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동작업장, 하청 일감만이 아니라 모든 봉제인이라면 꿈꾸는 독자 브랜드를 갖는 꾸는 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브랜드, 공공마켓팅,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봉제광역지원센터 설립 등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속 가능한 봉제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3회 봉제인의 날을 맞이하여 모인 우리는 지지하고, 지원하는 시민, 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행동해나갈 것을 결의합니다.

<우리의 요구>

봉제종사자 노동이력증빙제도 도입하라!

서울시는 4대보험 일부 지원제도 실시하라!

서울시사업주노동조합 3자 상설협의기구 설치하라!

봉제 공정임금공정단가 전수조사 실시하라!

봉제종사자들에게 비수기 실업수당 지급하라!

20231125

 

3회 봉제인의 날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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