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행정당국, 월급제 시행 준비 대신 무력화 시도”
월급제 촉구하며 "더는 죽이지 말라"하는 이유
일주일간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 문화제 열려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서울지역 기자회견 사진 = 조연주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서울지역 기자회견 사진 = 조연주

택시노동자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택시월급제가 오는 8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를 무력화하려는 정재계의 움직임이 확인된다며 민주노총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방영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하 방영환 열사)이 목숨으로 항거하며 외친 택시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울렸다.

민주노총이 29일 전국동시다발로 ‘택시발전법 11조 2항에 따른 택시월급제 시행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 인천, 경기, 충북, 대전, 광주, 전남, 대구, 부산, 울산, 경남, 제주 시도청에서 기자회견과 피켓팅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이 이 기자회견에 “더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슬로건을 건 이유는 방영환 열사 투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영환 열사는 지난해 9월 26일 열사가 일하던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택시완전월급제를 외치며 분신했다.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울산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울산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대전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대전지역 기자회견

열사는 생전 택시 사업주와 어용노조가 담합한 사납금제를 거부하고 택시월급제에 근거한 노동계약 체결을 요구하다 해고된 뒤 투쟁을 통해 복직했다. 열사는 복직 후에도 택시월급제에 따른 계약을 요구했지만, 해성운수 사측은 승객 탑승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해 약 100만원의 월급만을 지급하며 임금체불을 반복했다.

방영환 열사는 정리해고, 최저임금 미지급(택시월급제 위반), 사측의 노동탄압 속에서 결국 분신했다. 이같은 열사의 마지막 외침으로 인해 택시월급제 문제는 다시금 공론화됐다. 열사대책위는 해성운수와 해성운수가 소속된 동훈그룹 대표자들을 열사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택시월급제’는 택시발전법(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11조의 2항 ‘택시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 산정특례’를 의미한다. 이 법은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간주해 월급을 책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승객 탑승시간만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등,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게 산정돼왔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불법 택시 사납금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택시월급제는 2021년부터 시행돼 서울에서 우선 운영돼온 바 있다. 또한 오는 2024년 8월부터는 전국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열사의 죽음은 서울 택시 현장에도 이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폭로된 계기가 됐다. 방영환 열사는 이미 택시월급제가 시행된 서울 사업장의 택시노동자였지만, 월 100만원대의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방영환 열사의 마지막 폭로를 통해 현재 서울시는 월급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선 상태다.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광주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광주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경남지역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경남지역 기자회견

이같은 상황에서 택시월급제 무력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국토부와 지방정부, 고용노동부가 시행을 준비하는 대신 택시사업주와 어용노조의 의견만을 수렴하며 ‘리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리스제는 역사적으로 폐기된 불법 도급제의 다른 이름”이라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부당국이 택시월급제의 제대로된 현장정착과 도입 대신 제도 무력화를 꾀한다면, 제2의 방영환 열사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동시다발 서울지역 기자회견에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이미 만들어진 법 시행을 요구하며 박영환 열사가 목숨으로 항거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방영환 열사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제라도 조속히 법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택시발전법에 따른 택시 완전월급제 시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충북지역 피켓팅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충북지역 피켓팅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인천지역 피켓팅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인천지역 피켓팅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대구지역 피켓팅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택시월급제 시행 촉구 대구지역 피켓팅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열사는 해성운수 대표이사로부터 부당한 처우와 각종 법률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가면서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투쟁을 이어왔었다. 열사는 서울시 택시사업장들이 완전월급제를 시행하지 폭로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밝혀내려 하지 않았다”며 “결국 열사를 죽음에 내몬것은 악질자본인 해성운수와 동훈그룹, 그리고 이들 자본을 비호하고있는 해당 지자체와 정부기관”이라고 규탄했다.

너머서울 소속의 이도영 활동가는 “2021년 시행된 법이 2023년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결국 택시 노동자의 분신을 불러올 때까지, 국토부와 노동부는 법을 지키고 택시 노동자의 정당한 삶을 보장하려는 일말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택시 월급제 도입은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으로 바꿔내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고 사회적인 진보다. 이를 거꾸로 하려는 반동적인 노력이 현실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늘부터 오는 2일 금요일까지 한주간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 문화제’를 서울시청 동편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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