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 정영민 사무장, 정찬원 조합원, 이현숙 조합원

 

예고되었던 해고


새해벽두부터 노동자들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려 11명이다. 작년 11월에 이미 해고된 손기백분회장까지 더하면 총 12명의 ㈜조양·한울기공㈜(이하 조양한울)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했다.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는 2022년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했다. 가입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극심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 100일이 넘는 파업, 집단해고까지 많은 일들이 한순간에 벌어졌다.

기경도 대표이사의 노동자들을 향한 멸시와 노동조합 혐오는 혀를 내두를만하다. “회사 말아먹을 놈아”, ”돌대가리 새끼야”, ”대가리에 뭐가 쳐 들었냐”, ”그딴식으로 일해서 월급 받아가면 니 가족들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등의 욕설을 시시때때로 퍼부었다. 금속노조에 가입하려고 할 때 대표이사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협박했고 특별상여금을 주며 돈으로 회유까지 했다. ‘노조의 횡포를 인내하고 방관하지 않을 것’, ‘어떠한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단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등 노조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표출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이현숙 조합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이현숙 조합원

 

“처음에는 20명을 이야기했거든요. 근데 11명이라고 하니까 오히려 생각보다 덜 짤랐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죠. 6년을 일했고 코로나 때처럼 한창 바쁠 때는 회사가 살아야하니까 주말없이 나와서 일하고 했는데, 그러한 것들을 다 무시하고 사람을 해고하니까”

“크게 놀라거나 뭐 그런건 없었습니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고 우리 조합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덤덤했고, 대신 이제 진짜 회사에서 칼을 빼들었구나. 이제 본격적인 ‘진짜 싸움’이 되겠구나”

기경도 대표이사는 2023년 조양한울분회가 파업에 돌입할 때부터 이미 해고를 암시했다.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폐업도 불사하겠다’, ‘회사없는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기백과 최일영은 여러분의 일자리를 앗아간 주범입니다’라고 얘기해왔다. 그래서일까. 조합원들은 오히려 해고가 놀랍지 않았다고 했다. 일어날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경영악화는 핑계일 뿐이었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물량이 감소해서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던 회사는 경영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임원진들의 횡령과 배임을 바로잡지도 않았고, 순환휴직을 더 해보자는 노동조합의 요구도 거절했다. 순환휴직 4개월만에 해고를 자행한 것은 2023년 안에 노동조합을 무조건 정리하겠다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정찬원 조합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정찬원 조합원

“우리가 순환 휴직을 4달 했잖아요. 그때 사장은 실험해본 거예요. 반 정도 남겨놓고 공장을 돌려봤을 때 공장이 돌아갈 수 있는지 그걸 해본 거에요. 그리고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인원만 딱 남기고 다 해고를 한 거란 말이에요.”

조양한울은 2019년까지 평균 매출이 50~60억원 수준이었다. 2022년도에는 100억의 매출을 넘겼지만 코로나 특수로 인해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덕이었다. 최근 급격하게 오른 매출은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졌던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연말 매출을 계산해보았을 때 56억원 정도였는데 이는 조양한울의 10년 평균 매출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재무제표상으로도 회사의 경영은 어렵지 않아보인다. 작년까지 회사의 잉여금은 110억 정도였고, 퇴직금을 너무나도 많이 적립해 돈이 남아도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통 급여의 10%를 퇴직금으로 적립하지만 조양한울은 한달치 월급만큼 계속해서 적립해왔다. 실제 퇴직금 정산을 완료하고도 2억이 남았다는 웃픈 일화마저 생겼다.

물량도 걱정이 없다. 집단해고를 자행한 뒤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아내까지 불러다 일을 시켰다. 주요 거래처인 대동공업은 노사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물량은 언제든지 줄 수 있다고까지 얘기했지만 오히려 조양한울에서 거절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조양 앞에 달려있는 현수막 '악랄한 사장보다 하루만 더 버티자!'
조양 앞에 달려있는 현수막 '악랄한 사장보다 하루만 더 버티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하기가 정말 어렵다. 미친사장 하나 만나버리면 답이 없다. 사장이 진짜 마음먹고 폐업해버려도 답이 없는데 큰 사업장들은 그렇지 않다. 대구는 우리와 같은 작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5명, 10명 미만도 태반일텐데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계기가 되어서 작은 사업장에서도 노동조합을 하면 더 좋아지고 이런걸 보여주고 싶다.”

“조양한울분회가 이렇게 무너져버리면 대구에서는 ‘작은 사업장은 노조하면 안되는구나’하는 생각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주들도 마찬가지다. ‘조양한울을 보니까 내가 버티면 안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해야 다른 곳들도 바뀔 것이다.”

대구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중이 71.5%로 특광역시 중 최대이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중은 9.0%로 특광역시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양한울분회의 투쟁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양한울분회의 투쟁은 대구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투쟁이다. 조양한울분회의 투쟁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대구 노동자들 70% 이상의 노동조건과 노동권이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계속 조양한울에 있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다른 곳에 가도 되지 않겠냐고. 어차피 다 최저시급 받는데 조금 더 편한데 가서 일하면 되지 않겠냐고. 그런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왜 남아서 싸우냐고 했을 때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거든요. 노동조합 지키려고, 그거 딱 하나. 우리 노동조합을 지키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갈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다같이 견뎌왔는데 나혼자 그만두고 나간다는 것은 함께 싸운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밖에 더 되냐, 만약에 여기서 우리가 무너지면 안에있는 사람들도 그대로 무너질거고. 세월이 지나면 노동조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정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남아있는거고 지킬건 지켜야된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있을거다.”

 

해고 이후 …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정영민 사무장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정영민 사무장

해고된 자와 살아남은 자. 한순간에 처지가 갈라져버렸다. 그래도 조합원들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저희가 작년에 100일이 넘는 파업기간동안 동고동락을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조합원들끼리 끈끈한 의리도 생기고…, ‘나일 수도 있었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미안해하는 부분도 있고, 자주 만남을 이어가고 소통하면서 관계를 잘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제일 마음 아픈 일은 한 친구가 해고된 이후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설마 이 친구까지 해고될까 생각했던 터라 마음이 많이 아팠죠. 더구나 그 이후에 임신 소식까지 들었으니…”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기 바쁜 모습들이었다. 함께 땀 흘리고 투쟁한 ‘동지’의 관계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지난 1월 18일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기각되었다(관련기사). 대구 지방노동위원회가 워낙 보수적인 판정으로 유명하다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최근 손기백 분회장님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판정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조금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반대로 대표이사의 경우에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 꼴을 보기도 싫고 26일에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되면 정말 힘든 싸움이 될 것이고 만약 인정된다면 조합원들도 힘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2월 26일 조합원 11명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심문회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이날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조합원이나 회사나 모두 금전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해를 봤잖아요. 이렇게 만든 대표이사를 몰아내야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힘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켜서 ‘당신 눈으로 똑똑히 봐라’ 이걸 증명하고 싶고, 노조가 있으면 회사가 망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식을 싹 바꿔주고 싶습니다.”

 

우리 뒤에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

“저는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잊혀질까봐 그게 저는 무섭습니다.”

“우리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일이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노동조합을 왜 했냐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혼자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 뭉쳐보자’라고 대답할거에요. 자본이랑 싸운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겠지만 우리가 하나로 똘똘 뭉치면 싸움이 되거든요. ‘정말 죽도록 한번 싸워봐라. 조양한울분회 뒤에 우리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다!’이런걸 느끼고 싶습니다.”

조양한울분회 조합원들은 이미 기나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2월 26일 부당해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분명 사측은 인정하지 않을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나긴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연대’에 있다고 얘기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

“한번 뭉쳤으니까 끝까지 해봐야되지 않겠습니까? 분명히 이길거라고 믿고있으니까 같이 힘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조합원들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제일 1순위로 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미안한 마음을 다시 되갚는 데 좀 쓰고 싶어요. 진짜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2월 22일(목) 15:00, ‘조양한울분회 노조파괴 부당해고 분쇄! 민주노조 사수! 경북지노위 부당해고 인정 판결 촉구! 금속노조 대구경북권 결의대회’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다. 120만 조합원을 믿고 죽도록 싸워보고 싶다는 조양한울 조합원들의 외침에 응답해야할 때이다.

 

*위 기사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기관지 '대구노동히어로'에 동시 게재됩니다.

▶ 조양한울분회 투쟁영상

▶ 조양한울분회 노조파괴 부당해고 분쇄! 민주노조 사수! 경북지노위 부당해고 인정 판결 촉구! 금속노조 대구경북권 결의대회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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