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부당 지원 등 합병 과정 범행 빠져

‘불법 합병’ 재산상 손해액 특정 안 한 것도 문제

“李 불법 이익, 계량화하면 천문학 벌금 부과 가능”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은 16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분석 결과를 밝혔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은 16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분석 결과를 밝혔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은 이재용 불법 승계에 관한 검찰 공소장을 분석하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범행이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범행이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를 작성하고, 실행했다. 승계계획안은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주된 내용으로 한 것이다. 당시 이재용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순환출자금지법, 금산분리법 등이 추진되자, 이재용 권력기반이 위험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에버랜드(제일모직)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에버랜드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약한 고리’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李 범죄 이익 계량화하면 천문학 벌금 부과 가능”

그런데 합병을 통한 승계계획안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에버랜드 부당 지원, 삼성물산 사업 포기 등 범행에 대해선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참여연대 이상훈 변호사는 ▲제일모직의 핵심사업인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양도한 사실 ▲증자 불참을 통해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지분을 10.51%에서 4.25%로 낮추게 한 사실 ▲합병 후 신규 순환출자 발생을 우려해 각 계열사가 서로 가진 주식을 매입·매각하게 한 사실 ▲삼성 4개 계열사를 건설·플랜트로 통합하려 했으나 삼성물산에서 건설 부문이 떨어지면 합병 이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중단한 사실 등 범행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행위들도 구 제일모직,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미래전략실 등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업무상 배임이나 허위 사실 공표, 중요 사실의 은폐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남근 민변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에 ‘재산상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손해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한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이 받은 피해액은 최소 3천억 원에서 조 단위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재산상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김 변호사는 “왜 재산상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았는지 검찰이 재판에서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도 “이재용이 범죄를 통해 얻은 이익을 계량화하면 천문학적인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은 16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분석 결과를 밝혔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은 16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분석 결과를 밝혔다. ⓒ 김한주 기자

“문재인 재벌 개혁, 어디로 갔나”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재용의 범행 동기를 확실히 밝혔다. 검찰이 밝힌 이재용의 범행 동기는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승계기반과 금산결합, 순환출자의 편법적 지배 구조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재용은 자신의 지배 구조를 굳건히 만들기 위해 불법 승계를 벌였고, 그렇게 유지된 삼성 재벌 체제는 정경유착 범죄를 저질렀으며, 동시에 노동자 착취에 열을 올렸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범죄, 2019년 기준 15만 명에 달하는 삼성 비정규직 통계가 노동자 착취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촛불 정국을 거치며 삼성 등 재벌 개혁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과 만남을 늘리며 친재벌 정책을 펼쳤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변호사들도 하나같이 문재인 정권의 친자본 행보를 꼬집었다.

김종보 민변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해 포용적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겠다’고 했는데,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의결권 방지는 지금까지 이뤄진 바 없다. 오히려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거나 500억 원 상속세 공제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경제 성장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대선 공약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고, 재벌에 적극적 투자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이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검찰 수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판단한 정치, 경제적 환경이 문제”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 위기를 겪으며 재벌 개혁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부패방지 제도는 세계적인 공통 사항이다. 삼성은 재판에서 이재용 개인의 선처를 바라기 위해 준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기업으로서 사업하려면 부패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면 회사의 주요한 결정이 회사가 아닌 재벌 총수의 이익을 위해 실행, 추진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런 행위를 근절해야 기업과 국가 경제가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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