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토요일 07시40분~9시 세종호텔 앞 행사
세종호텔 해고노동자가 호텔 무료 조식에 나선 이유
12명 해고 1년, 복직 촉구하며 무료 호텔조식 제공

11월 12일(토) 1차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무료 조식 행사 사진
11월 12일(토) 1차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무료 조식 행사 사진

호텔 셰프가 칼과 조리복을 꺼내고, 신선한 재료로 호텔 조식을 만든다. 호텔 주방이 아닌 호텔 앞 거리에서.

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세종호텔의 해고노동자들이 식음료사업부 폐지로 인해 조식을 먹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호텔업계 최초로 ‘호텔 무료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가 풀리고 돌아온 관광객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며,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는 것이다.

서비스연맹 관광레져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지부장 고진수)는 호텔노동자 부당해고 1년을 맞아 오는 10일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세종호텔 앞(명동역 10번 출구)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아침 조식’ 행사를 개최한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이같이 밝혔다.

25년 경력 고진수 일식요리사를 비롯해 해고노동자들은 식음료사업부 폐지 전에 제공했던 조식 요리로 오믈렛, 샌드위치, 크림스프, 스크램블, 토스트, 베이컨, 소시지 등을 제공한다. 음식은 세종호텔 숙박객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11월 12일(토) 1차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무료 조식 행사 사진
11월 12일(토) 1차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무료 조식 행사 사진

세종호텔은 2020년 공시지가 기준 1,200억 원(실거래가 2,000억 이상 추정)이 넘는 목장 토지와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호텔은 자산매각 등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2021년 12월 10일, 12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이들의 1년 인건비라고 해봐야 4억 안팎에 불과하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국민 세금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도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노동자 12명을 해고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세종호텔은 정리해고를 진행했던 당시에 비해 매출이 3배 넘게 증가했다는 설명과 함께, 대책위는 세종호텔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조식도 제공하지 않고 룸서비스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킬 충분한 여력이 되는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해 객실 333개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10년 전 296명이 일하던 세종호텔의 정규직 노동자는 23명뿐인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제25조는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제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진수 세종호텔노조지부장은 “명동 최초 호텔인 세종호텔이 코로나를 이유로 호텔식당을 없애고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낸 지 1년이 되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관광객들이 돌아오고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조찬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객실만 운영한다면 호텔이라는 명칭을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한 뒤 “관광객들에게 조찬과 룸서비스를 제공하고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라는 의미에서 무료 조찬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세종호텔은 3년마다 거쳐야 하는 ‘호텔등급심사’에 4성급 신청을 했다. 4성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12시간 이상의 룸서비스, 2개 이상의 식음료 사업장, 150명 이상 수용가능한 연회장 운영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세종호텔은 이 조건을 전혀 충족할 수 없는데도, 연회장 대관을 하거나 커피숍의 ‘영업 중지’ 팻말을 치우고, 호텔 식당은 외부 업체에 위탁운영을 시도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대책위는 지적한다. 베테랑 호텔리어들을 복직시키고 식음료사업장을 다시 열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지만,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은 “호텔이 안하면 우리가 한다”며 앞치마를 두르고 나섰다. 지난달 12일, 1차로 행사를 진행한 이후 세종호텔 정리해고 만 1년을 맞이하는 오는 10일 2차 무료 조식을 예정하고 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에도, 3차 무료 조식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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