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동시에 민주노총 창립 25주년, 광주항쟁 40주기를 맞는 해다. 남다른 사회적 의미와 과제가 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맞는 2020년은 진정한 성찰과 치열한 토론으로 모두의 미래를 여는 실천의 전환을 준비할 때다. 이에 〈노동과세계〉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필진으로 초대해 그들의 식견과 경험이 담긴 글을 게재한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은 네 번째 칼럼에서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에 누구는 수백조, 수천조 원의 정부 지원으로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이따위 상황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한국 주식시장 상승률이 세계 1위다.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고 3개월이 채 안 돼 코스피 지수는 저점 대비 50%가 넘게 상승했고, 코스닥은 무려 75% 이상 급등해 위기 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국이 좀 유난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산시장은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해 자산 가치의 상대적 상승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미국 CNN은 10억달러(1.2조원) 이상 자산보유자들은 코로나 이후 3달 동안 자산의 19%(약 680조원)가 증가해 3.5조달러(약 4,200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반면, 실물경제는 악화 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했고 이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의 –3.0% 전망치보다 더 낮다. 경제 악화에 따라 실업은 물론 생계 위협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4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로 전 세계 노동인구의 약 절반에 달하는 16억 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고 그 영향으로 세계 빈곤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산시장의 급등 이면에는 이처럼 실업과 생계고가 존재하는데, 앞서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들이 코로나 위기에 680조원의 자산 가치 급등을 이루는 동안 미국인 4천3백만 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원래 주식시장은 기업의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실물 부문의 지표는 곤두박질치는데 주가는 이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실물과 완전히 괴리된 주가는 어떻게 오르고 있는가? 바로 신규 자금의 유입 때문이다. 모두가 주식을 팔고 현금화하려 한다면 주가는 당연히 내려간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팔고 나가는 자리에 동학개미들이 나서 이를 메웠다. 지난 3개월 동안 많게는 50조원을 신규로 투자했고 현재에도 30조원 가까이 남아 있다. 기업 지표와 상관없이 오직 신규 투자금의 유입으로 현재의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저점에 먼저 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기업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수익률이 반 토막 나더라도 신규 투자액이 늘어날수록 주가는 오르고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매출이나 수익 없이 내부 신규 자금 유입으로 유지되는 기업, 그게 바로 다단계 피라미드다.

주식시장을 이런 다단계 사기업체로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국가와 중앙은행이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겠다며 주요 국가 대부분은 양적 완화에 나섰다. 특히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한 미국 중앙은행 연준(Fed)은 지난 3월 말부터 3조 달러(3,600조원) 넘는 미국 국채, 모기지채권(MBS), 회사채를 매입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무제한 회사채 매입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안정화 자금으로 135조원을 쓸어 넣고 있고, 40조원은 별도로 대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넘쳐난 자금이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몰리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거래량은 더 증가했다. 부도날 위험이 높아 쓰레기 채권으로 불리는 정크본드인 투기등급 채권까지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이 채권의 거래 규모와 발행액도 더 커졌다.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할 쓰레기를 정부가 돈을 주고 매입하고 있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게 채권시장의 현재 모습이다. 게다가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일본 중앙은행과 같이 연준도 주식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누가 주식투자를 주저하겠는가? 투자 혹은 투기의 실패를 막아주고 반 토막도 못 건졌을 증권의 수익을 온전히 보전해 준 것이 정부다. 한국은 이렇게 다단계 시장을 키우는데 최소 135조원이 들었다.

실물 부문의 침체와는 정반대로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인플레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임금소득은 줄 거나 그대로인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치만 폭등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부자가 되는 반면에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임금노동자,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은 경기침체의 고통을 그대로 받고 있다. 다른 한편, 정부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공급한 화폐로 자산 소유자들의 자산 가치는 증가하면 그 반대편에 이 화폐는 누군가의 부채로 남게 된다. 실물경제의 성장 없는 자산 가치의 증가는 다른 사람의 부채 증가를 의미할 뿐이다. 이런 자산 가치의 증가는 (잉여)가치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치의 수탈을 말해준다. 임금노동자들은 경기침체의 고통을 그대로 받을 뿐만 아니라 자산가치 증가에 따른 부채부담까지도 져야 한다.

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최소한의 조치가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믿지 못할 이윤공유 약속이 아니라, 코로나 대응 정책이 발표된 이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 수익을 전량 환수하는 것이다. 이것도 많이 쳐주는 거다. 국가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의 증권이 종잇조각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에 누구는 수백조 원, 나아가 미국과 같이 수천조 원의 정부 지원으로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이따위 상황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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