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하 ‘갑질금지법’)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0월부터 적용될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사용자 조치의무가 추가 및 수정되었다. 개정법은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했고,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유지’ 조항을 신설했다. 구체적인 문항은 아래와 같다.

처벌조항이 신설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개정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사용자가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조치, 비밀누설 금지 등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한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

이번 개정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2021년 3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2.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용자(22.8%)와 사용자의 친인척(3.4%)이 26.2%였다. 신고도 어렵고, 사건 해결도 어려웠던 사용자와 사용자 친인척의 괴롭힘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법 실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조치의무와 관련된 개정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 조치도 없다거나,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피해자의 유급휴가 요청을 거부하거나, 신고 사실을 공개해 2차 가해가 벌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의 한계를 일부 메꿔 것이다.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적용 대상이 일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갑질금지법 적용범위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다. 간접고용, 경비원, 프리랜서 등이 갑질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점은 주요과제로 남았다.

개정법 적용을 앞둔 변화

개정법 적용을 앞두고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개정법을 반영한 매뉴얼 발행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이다. 회사는 취업규칙 개정을 준비할 것이다. 사내절차 정비, 향후 대응 방향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받는 회사도 늘어날 것이다.
노동조합은 갑질금지법 개정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는가. 노동조합이 충분한 역할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보자. 같은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2.5%였다. 노조가 없는 직장인들의 경험(31.6%)과 노조 조합원의 경험(34.9%)이 큰 차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노조원(24.6%)과 노조가 없는 직장인(23.5%)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개정법은 노동조합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노동조합을 넘어, 조직문화를 바꾸고 직원들의 존엄을 지키는 노동조합이 되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