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우리는 코로나 19가 몰고온 변화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이 전지구적 재난은 유독 노동자 민중들에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렇게 코로나 19는 그럴싸해보이던 한국사회를 표백했습니다. 소외받는 사람들을 더 소외하고 배제된 존재를 더 멀리 내쫓는 한국 사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들은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다양한 사람, 더 평등하고 안전한 삶, 함께 만들고 함께 지키는 세계를 더 명확히 그리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2021년 수많은 우리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판을 뒤흔드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와 민중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기획합니다.
<노동과 세계>는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모든 이들에게 더 다양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필진을 보강, 개편했습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총괄스탭과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지면을 풍성하게 채워줄 예정입니다. 이에 더해 영화감독 이송희일, 인권활동가 명숙, 직업환경전문의 김정수, 교육활동가 명인이 새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편집자 주>

19.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지출 기준으로 역대 3번째 규모다.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 6조 7천억 원을 비롯한 소상공인 지원에 역점을 뒀다고 한다. 반면 직장인들을 위한 고용대책으로 2조 8천억 원을 배정했지만, 고용유지 지원금액은 0.3조 원에 불과하다.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고용안정지원금 역시 기존 신청자에게 50만 원 추가지원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수입이 감소한 직장인과 고용보험 밖 직장인들을 찬밥 취급한 추경안이다.

직장갑질119가 작년 12월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17.2%가 지난 1년간 실직을 경험했다.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은 36.8%로 정규직(4.2%)에 비해 8.8배나 높았다. 마찬가지로 일터의 약자인 비사무직(27.4%), 5인미만(24.2%), 150만원 미만(42.2%) 직장인이 사무직(7.0%), 공공기관(9.2%), 500만원 이상(9.5%)에 비해 실직경험이 3~4배 많았다.

노동시간 변화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27.3%가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했는데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44.8%), 비사무직(38.8%), 5인미만(36.4%), 150만원 미만(53.1%) 등 일터의 약자들이 정규직(15.7%), 사무직(15.8%), 공공기관(17.7%), 500만원 이상(15.8%)에 비해 2~3배 정도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실직을 겪은 직장인들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장인 32.6%가 개인 소득이 줄었는데, 비정규직(55.3%)이 정규직(17.5%)의 3배가 넘었고, 비사무직(47.4%)이 사무직(17.8%)보다, 5인미만(45.5%)이 공공기관(17.7%)보다, 150만원 미만(61.7%)이 500만원 이상(13.7%)보다 소득 감소 경험이 3~4배에 달했다.

100명이 넘게 일하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4월에도 한 달간 휴업을 하겠다고 발표하여 모두 무급휴직이 이뤄졌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다시 식당을 운영하다가 12월 코로나 3차 유행으로 다시 무급휴직 동의서에 사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전 직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인을 했습니다. 무급휴직 기간이 3개월이라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2020년 12월)

중소기업에 다닙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2개월 휴직을 했습니다. 한 달은 70%를 줬는데, 다음 달은 50%만 지급했습니다. 강제로 휴직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했고요. 새해 들어서도 갑자기 휴직을 하라고 해서 어렵다고 했더니, 회사에 불만이 많으면 퇴사하라며 압박을 했습니다. 그럼 권고사직을 처리해달라고 했더니,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괴롭힘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직장인들의 한숨은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56.6%는 정부가 일자리 위기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감염위기 대응(‘잘하고 있다’ 65.8%)과 비교할 때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단 한 명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는다."던 대통령의 메시지(2020년 광복절 경축사)도, ‘전국민 고용보험’의 초석을 놓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취임 3주년 특별연설)도,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시범 도입을 추진할 것”(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이라던 대통령의 약속도 사라진 자리. 남은 건 자화자찬 K-방역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을 향해 “힘겨운 여러분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며,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니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부가 ‘민생 백신’이라 부르는 추경안에는 일터의 약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터의 약자들은 국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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