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 노동법 개정

법원, 호원㈜ 사내집회 금지 가처분 일부 인용

울산CCTV관제센터 천막 철거…탄압 명분 얻은 모양

정부발 노조법 개정안이 민주노조 탄압에 ‘판’을 깔아주기 시작했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호원, 울산CCTV관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발목 잡히고 있다.

ⓒ 김한주 기자
ⓒ 김한주 기자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29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에 대한 사내집회 금지에 대한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노조 집회 소리가 낮에는 70dB, 밤에는 65dB를 초과할 경우 회당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주문이다. ㈜호원은 프레스 가공, 대형트럭 운행으로 기본 소음도 많은 사업장이다. 쉽게 기준치를 넘을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 쟁의행위에만 제한을 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노조 쟁의행위를 사실상 봉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판결은 정부의 노동개악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부 노조법 개정안은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된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돼도 이를 금지하겠다는 개악 법안이다. 정부가 쟁의행위에 발목을 잡는 법안을 내놓자, 법원이 이에 화답하듯 호원지회 쟁의행위를 통제하는 판결을 내놓은 모양새다.

정부 노동개악이 국회서 처리되고, 이 같은 법원 판결이 확대되면 다른 사업장도 단체행동권을 제약받을 공산이 크다. 호원지회는 “이런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호원만이 아니라 수많은 회사에서 노조 활동이 위축 또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한 광주지방법원의 가처분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법원은 사업장에 위치한 호원지회 천막까지 철거하라고 했다. 노조 천막은 사측이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이다. 사업장 내 업무가 방해되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천막의 설치 및 점거, 농성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를 넘어 채권자(회사)의 소유권, 시설관리권 및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천막 철거를 결정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호원지회가 지난 8월 25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호원의 노조탄압 사내집회 금지 가처분신청 규탄, 노조 할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금속노조 광전지부 제공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호원지회가 지난 8월 25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호원의 노조탄압 사내집회 금지 가처분신청 규탄, 노조 할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금속노조 광전지부 제공

이뿐만 아니다. 정부 노조법 개악안에 나오는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호원 소속 노동자가 아닌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간부와 조합원은 사업장에 진입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사업장 내부의 노조 활동은 그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에 한정되며, 상급 노조의 간부 등 사업장 소속이 아닌 조합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출입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라며 “광주전남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호원지회 활동을 위해 출입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류제휘 금속노조 광전지부 조직국장은 “마치 사측이 정부의 노동개악에 따라 선제적인 공세를 펼치는 듯하다”며 “호원지회는 제2노조로서 쟁의권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스스로 노동3권을 부정한 행위”라고 전했다. 현재 호원 노동자들은 복수노조 상황에서 금속노조 활동 보장, 지회장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다.

 

울산 동구청도…CCTV관제요원 비정규직 농성장 하루 만에 철거

울산 동구청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차단하고 나섰다. 앞서 공공연대노조 울산지부 CCTV관제요원분회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을 요구하며 지난 18일 동구청 앞에서 천막을 쳤다. 그런데 동구청은 천막 설치 하루 만인 19일 오후 3시경 공무원 150명을 동원해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20일 현재 시각 오후 4시에도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개악이란 ‘명분’을 얻은 양 동구청이 적극적인 노조 탄압에 나서고 있다.

울산 동구청이 10월 19일 공공연대노조 울산지부 CCVT관제요원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 공공연대노조 울산지부

현행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은 시설물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철거 과정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 노조 요구에 대한 동조 여론 등으로 하루 만에 철거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런데 동구청은 노조 천막 설치 후 이틀 만에 퇴거명령 5회, 계고 2회를 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천막을 철거했다. 과거의 일반적인 농성 투쟁과 비교했을 때 대조되는 대응이다. 지난 18일 충돌 과정에서는 노동자 2명이 응급 후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농성장 철거가 이뤄져도 노조는 행정심판법에 따라 90일 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개악이 처리되면 행정심판에서 노조 투쟁이 구제받을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노동개악이 노동자 편을 들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울산CCTV관제요원분회 투쟁만이 아니라 전체 노조의 힘이 사라질 위기다.

이선영 공공연대노조 울산지부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쟁의행위 공간에서 정당한 활동을 하는데도 탄압받고 있다”며 “정부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니 더불어민주당 구청장이 더 적극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것 같다. 우리도 변호사를 통해 동구청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려는데, 노동개악이 처리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노동개악이 처리되면 모든 투쟁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구청 안에서 CCTV를 모니터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