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보고자료를 임원에게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임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부당해고구제신청 접수를 했는데 조사관님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려면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직원수가 6명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이상 일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회사에는 고용보험을 든 사람은 3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2020년 9월)

 

"헤어디자이너입니다. 22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월급을 받았는데 100만원 조금 넘는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대표는 제가 프리랜서 계약서에 서명하여 기본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 6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했고, 식비 아끼려고 도시락도 싸고 다녔습니다. 대표 지시에 따라 매장 청소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일했습니다. 말만 프리랜서인이고 노동착취를 당했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2020년 9월) "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일터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 해고를 당해고 부당해고를 다툴 수 없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무급휴직을 당해도 휴업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그나마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계약직, 파견, 용역 노동자들은 ‘법보다 주먹’이 우선인 일터에서 불법과 갑질에 시달린다. 이들은 2020년 전태일이다. 


10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 격차는 152만 3000원이었다. 정규직 평균임금 323만4000원, 비정규직 평균임금 171만 1,000원으로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52.9%)이다. 급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9월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 비율은 31%로 정규직(4.3%)의 7.3배다. 휴직을 경험했지만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업수당을 받지 못한 비정규직은 73.6%였다.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의 85.6%는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  


2020년 전태일에게 ‘근로기준법’은 멀리있다. 2020년 9월 직장갑질119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귀하는 현재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4명(39.9%)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은 절반에 가까운 47.8%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해 정규직(34.7%)보다 13.1% 높았고, 5인 미만 노동자(47.6%), 20대(45.1%), 비사무직(45.0%), 150만원 미만(41.2%)에서 높게 나타났다. 일터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 및 휴가’(51.0%), ‘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퇴직금 등 임금체불’(48.0%)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모성보호(임산부 노동시간 제한, 보건휴가,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32.8%, 직장 내 괴롭힘 금지 32.5%, 특수고용·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음 30.1% 순이었다.

전태일은 평화시장 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의 작업환경과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근로감독관에게 전달했다. 관련내용이 신문기사로 나오자 시계를 담보로 맡기고, 신문 300부를 사서 평화시장에 배포했다. 가려진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투쟁이었다. 2020년 전태일 정신은 1970년 전태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알리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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