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소장 인터뷰

안산노동안전센터의 현장 안전점검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안산노동안전센터의 현장 안전점검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문제로 노동계가 연일 시끄럽다. 지난 27일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공사규모 50억 원 미만 현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지 3년, 법이 시행된 지는 2년만이다.

‘일하다 죽지 않게, 다치지 않게’ 하자는 노동계와 산업재해 사망사고 유족들의 염원이 확대 시행되는 날, 누구도 마음편히 웃을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재계의 목소리만을 담아 50인(억)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예 연장에 대해 논의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월 1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거꾸로 거스르는 법안(유예안)이 처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경총 등 재계가 유예 연장을 주장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준비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작은사업장의 노동안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현장 활동가들은 윤석열과 재계의 논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대응책을 준비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안산지역 산업공단을 중심으로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규모 제조 사업장이 밀집한 안산지역에서 안전한 일터 만들기 사업, 사업장 위험요소 확인, 유해위험물질 신고, 불법 부당행위 제보 등을 받는다. 안산노동안전센터의 소장을 맡고있는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장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난 뒤부터 작은사업장 현장은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고, 유예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본격적인 안전관리를 시작한 사업장들도 많아졌다. <노동과세계>가 정 지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변화는 이미 법이 제정된 뒤부터 시작됐다고 정 지회장은 강조했다.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산업재해예방과 노동자권리찾기 사업을 전개하면서 각종 사업장의 안전실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법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닌 노동안전 활동이기 때문에 여러 사업장들에 출입하는 것 조차 어려웠다. 대부분 진입을 거부당하거나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동안전을 경계하던 사업주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안전 점검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법 시행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서는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법에서 규정하진 않지만 ‘나름의 안전관리자’를 두는 사업장도 생겼다. 2022년 방문했던 기계설비를 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더럽고 정리되지 않은 곳이었다. 위험한 자재들이 정리되지 않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곳이었다. 1년 뒤 다시 그 사업장을 방문했을때는 지적할 것이 거의 없을정도로 말끔해졌다는 것이다.

1년 사이에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묻자 곧 중대재해처벌법이 시작되니 그에 맞춰 컨설팅 등을 받으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50인(억)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안전관리자 채용의무가 없지만, 안전관리를 해야하니 자연스럽게 이에 따른 업무가 배치됐다는 설명도 따랐다. 나름의 안전관리자들도 준비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안산지역 30인 미만의 가구공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안전관리를 갖춰가고 있었다. 1년전만해도 전조등과 후미등이 고장난 채로 지게차를 운행하고 있었는데, 2023년 11월 다시 공장을 찾았을 때는 지게차에 후방감지센서까지 달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 돼있었다.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안산노동안전센터의 현장 안전점검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안산노동안전센터의 현장 안전점검 제공 안산노동안전센터

이 가구공장도 위 기계설비 사업장과 같이 법 시행을 앞두고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으며 자율적인 안전검사도 수차례 진행하며 준비중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제까지 관심이 적었던 영역인 노동자들의 안전이 다시한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법적 보호대상이 되자, 사업주들도 관심과 의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고 정 지회장은 분석했다.

안전문제는 결국 비용과 직결된다. 노동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사업주들에게 법으로 강제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이윤창출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라고 정 지회장은 강조했다.

정 지회장은 “산업 현장은 어쨋거나 변화를 맞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운 경총이 ‘중소기업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제 현장을 모르거나, 알고도 허위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산업현장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정재계가 계속해서 적용 유예를 시사한다면, 다시 안전체계가 무너지고 무력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 여당이 주장하 듯 83만의 5인 이상 50인미만 사업체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일하는 800만명의 목숨도 소중하다. 세상에서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가" 라며 정센터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이 뿌리 깊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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