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제천시지부 이희정, 정민경, 신은주 조합원

2024년 3.8여성의 날을 맞아 충북지역 여성조합원들의 삶과 일터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원하는 일터의 모습, 노동조합의 역할을 생각하며 3.8 세계여성의날 정신을 새겨 보고자 합니다.

 

1. 본인 소개를 좀 해주세요.

 (이희정) 저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제천시지부 교육부장을 맡고 있고, 보건소에서 물리치료사로 재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희정입니다.

(정민경) 저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제천시지부 조직국장을 맡고 있고, 일자리경제과 일자리 종합지원센터에서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정민경입니다.

(신은주) 저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제천시지부 회계감사를 맡고 있고, 사회복지과에서 통합사례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신은주입니다.

 

2. 하고 계신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며, 언제부터 하고 계신가요?

 (이희정)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재활센터인데, 지역사회 중심 재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계획과 예산 담당을 같이 하면서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7년차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제가 하는 사업은 뇌병변 장애인과 지체장애인 위주로 대상자들을 모집해서 그분들에게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집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민경) 저는 직원을 채용하려는 사업장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구인신청이 들어오면 고용정보망, 시청홈페이지에 등록해주고 채용지원 서비스를 해줍니다. 구직자 상담을 통해 이력서지원, 면접지원, 구인구직만남의 날이라고 현장면접장 지원도 합니다. 현재 9년차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시청에 생길 때부터 초창기 멤버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은주) 저는 사회복지과에서 저소득층이라든지 생활에 어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사례관리란 복합적인 문제를 가시진 분들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를 중복적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시는데 예를 들어 건강 문제라든가 주거 환경 문제, 직업 문제 등 여러 문제를 가지신 분들에게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지요. 건강 문제가 있다 하면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연계를 해줄 수도 있고,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있다 하면 정민경 동지가 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를 해 줄 수도 있지요. 저는 2009년부터 15년차 일하고 있습니다. 통합사례관리사 만들어질 때 초창기 멤버이지요.

3. 지자체에서 굉장히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군요. 서로 연결되는 업무도 많고. 그럼 세 분은 어떻게 노조에 가입하게 되셨나요?

 (모두) 2019년 1월 1일부터 공무직 전환이 되면서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2018년부터 관련 논의가 있어서 노조와 같이 움직이긴 했지요.

3-1. 그럼 그 전까지는 다 기간제셨나요?

 (모두) 네

3-2. 기간제일 때는 어떠셨어요?

 (정민경) 내가 기간제인데 다른 분들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봐준다는 것에 참 자괴감이 있었지요.

4. 그럼 노조에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이희정) 저는 공무직 전환 전까지 개인적으로는 공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병원 소속 물리치료사도 아니고해서 뭔가 이도저도 아닌 직업을 가졌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무직 전환 후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지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내가 진짜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을 만난 것처럼 진짜 말 그대로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좋았어요. 저희는 공무원들과 일을 같이 하는데 공무원분들과는 일을 같이 하지만, 공무원분들끼리의 관계처럼까지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공무직들이 함께하는 노동조합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마음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같은 업무를 하는 분들은 아니지만 우리는 비슷하다고요.

- (정민경)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동료가 없었다고 생각하다가 노조에 가입하면서 동료들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노조 간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직종에 있는 공무직 분들도 알아가고 그게 참 재미있고 직장 생활도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 (신은주)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이 있지요. 일단 처음에 노조 가입하고는 간부도 하게 되고 교섭에도 들어갔는데, 노조도 처음인데 교섭에도 처음 들어가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해서 울기도 했지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장학습프로그램(공공운수노조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로 10강짜리 프로그램)이예요. 간부들이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잘 모르고 어색했는데 많이 친해졌어요. 서로의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게 아니었으면 매번 회의만 하고 끝나고 각자 집에 가기 바빴을텐데 현장학습프로그램을 하면서 우리가 되게 많이 끈끈해진 것 같아요. 저는 또 작년부터 현장학습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힘들기도 하고 바쁘기도 했어요. 물론 보람도 느끼고 있지요. 제가 진행한 현장학습프로그램 팀 분들도 다 잘 지내더라고요. 또 작년 말 선거가 있고 집행부도 교체되고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좀 더 노조의 주체로서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4-1. 공무직 전환 전에도 같이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계셨을텐데, 어떤 부분에서 좀 더 달라진 것 같으세요?

- (정민경) 그 전에는 소속감이 달랐던 것 같아요. 공무직이 되면서 소속감이 더 커진 거예요. 기간제일 때는 여기가 일단 평생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마음을 잘 주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이희정) 부서에서는 원래 알던 공무직(당시에는 기간제)인 몇 명 안 되었잖아요. 근데 이제 노조에 드니까 나랑 같은 사람이 되게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뭔가 힘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 (정민경) 공유하는 것들이 있죠. 그런 게 생기면서 그런 마음이 더 들더라고요.

5. 여성으로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힘든 지점이 있나요?

- (정민경) 저는 민원 업무를 보거든요. 구직자분들이 오시면 민원 창구에서 상담을 해요. 구직자 분들 중에는 좀 여유가 없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그러다보니 저희들에게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뒤쪽에 남자 분들이 있으면 그냥 가시는데 여성 상담사만 앉아 있을 때에는 좀 더 심하게 말하고 난리를 치시는 분들도 계셔요. 또 같은 상담을 하는데도 남자 직원이 상담을 할 때는 그냥 넘어가는데 우리랑 상담할 때는 ‘니들이 뭘 알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욕을 듣는 것도 일상다반사지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예전에 전체 직원이 다 있는데 술 취하신 분이 들어 오셨어요. 김밥과 대파를 들고. 한 바퀴 쭉 돌아보시더니 저한테 와서 이야기를 하시는거예요. 안전요원이 와서 데려가시기는 했지만, 나중에 제가 여자고 작고 하니까 온 것 같다고 사람들과 이야기했지요.

- (이희정) 저희 같은 경우는 현재 여자들끼리 일하는데 가정방문을 해야 하는 경우에 남성분들만 계시는 집에 방문할 때 조금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 (신은주) 저희도 비슷해요. 사회복지과 자체가 워낙 여성 성비가 높으니까 전체 공무원, 공무직 다 합쳐서 30명 정도 되는데 남자 분들이 한 4명 정도 있거든요. 가정 방문이 전체 업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가정 방문을 하다보면 성희롱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던 곳도 있었고, 은근하게 몸을 만지시는 분들도 있고, 술집에 있는 노출 많은 달력이나 포스터로 도배된 집에 가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 그래요. 또 저희가 만나는 분들이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이신 분들도 있다보니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있기도 하지요. 욕을 하시거나. 예전에 노숙인분을 만나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근데 남자 공무원분들에게는 조용히 이야기하시다가 저한테는 큰 소리를 막 하면서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본인들이 사회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보니 센 척은 하고 싶다는 욕구는 있고 그럴 때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여성인 저희에게 더 그렇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이희정)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도 예전에 심하게 당했던 적이 있어요. 저도 가정방문하면 지체 장애인이나 뇌병변 장애인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 보통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성희롱적 발언도 많이 하고. 문제는 그거를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 마세요는 하지만 그 분들이 민원인이고 그 분들을 도와주려고 갔는데 신고를 할 수도 없고 그런 부분은 참 어려워요. 우리한테는 엄청 큰일인데.

- (신은주)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렇게 하시면 신고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또 신고를 하기는 어렵지요.

- (이희정) 신고를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고요.

- (신은주) 보통 사람들의 경우, 높은 직급에 남자들이 많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남자 직원 데려와 이런 말도 많이 하시지요. 여성팀장님이 같이 계실 때도.

5-1. 그럼 2인 1조 이렇게 원칙이 있나요?

- (이희정) 따로 정해진 인원이 있지는 않아요. 보통은 두 명씩 꼭 같이 가려고 하지요. 남성분만 거주하는 곳에는 특히요.

6.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신은주) 그래도 공공부문에서 일하다보니 사실 직장 내 차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또 같이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여성인 부서다보니 좀 덜한 면도 있는 것 같고요. 물론 이게 가끔은 너무 익숙해서 모를 때도 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이희정) 저는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보건소의 경우 여성직원이 대다수이고 남성직원이 소수예요. 그러다보니 무거운 게 있으면 당연히 남성들을 찾아요. 저는 그게 불편해요. 내가 하면 되는데 굳이 저 사람을 부르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 (정민경) 생각해보니, 우리도 그랬네요.

- (신은주) 저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이희정)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무직이라서 부당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담당하는 업무가 상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저는 모르고 있다고 나중에나 알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제가 주 담당인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무슨 상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몰라요.

- (신은주)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공무원 분들께서 어디 외국에 가신다고 하는데 그게 알고 보니 저희 팀 업무 때문에 포상을 받으셔서 가시는 거더라고요. 근데 공무직인 저는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고요.

충북지역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 주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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