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SK케미칼지회 류정미, 송은진 조합원

2024년 3.8여성의 날을 맞아 충북지역 여성조합원들의 삶과 일터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원하는 일터의 모습, 노동조합의 역할을 생각하며 3.8 세계여성의날 정신을 새겨 보고자 합니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정미 : 저는 SK케미칼지회 교육선전부장을 맡고 있는 류정미입니다. SK케미칼청주공장은 제약회사인데요. 고형제 알약과 붙이는 패치제, 천연물 등 여러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조인스, 기넥신, 트라스트, 원드론 패취 등이 있습니다. 저는 QC팀에서 근무하고 있고, 완제품이 생산되면 출하되기 전 해당 제품이 적합한지 실험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SK케미칼청주공장이 2009년 7월에 오픈했는데 그 해 12월 첫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이제 15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은진 : 전 후생복지부장을 맡고 있고, 생산 2팀 패치제 생산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10년차 된 송은진이라고 합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SK케미칼지회 류정미 교육선전부장, 송은진 후생복지부장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SK케미칼지회 류정미 교육선전부장, 송은진 후생복지부장

Q. 어떻게 노동조합과 간부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은진 :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노동조합이 한국노총이던 시절이였고, 주변 권유로 자연스럽게 가입했어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상급단체를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변경하면서 금속노조에도 자동으로 가입하게 됐어요. 간부활동은 금속노조로 조직이 변경되면서 현 지회장님이 함께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뭔가 책임지는 것도 무섭고 내가 그런 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런 이유면 해 보는걸 추천한다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거고, 너의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정미 : 저도 금속노조로 변경되고 몇 개월지나서 현 지회장님께 제안을 받았어요. 부담도 되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선뜻 하겠다고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그쯤 제가 임신을 해서 당연히 지회장님이 안되겠다고 할줄 알았는데 기다려주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간부 선임할 때 집행부들과 소통해서 제안하셨을텐데 저를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고 또 임신한 상황도 배려해서 기다려주신다고하니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Q. 간부활동의 좋은점, 어려운점은 뭔가요?

은진 : 전에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를 다녔어요. 예를 들어서 임금명세표도 보통 월급이 나오기 전에 한번 보잖아요. 저는 안 봤어요. 그냥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내 돈이려니 하고, 명세표에 이상한게 찍혀도 관심도 없고 이유가 있겠거니 했었거든요. 그런데 간부활동을 하면서 제 근무 조건들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나중에는 주변 동료들도 돌아보게 됐죠. 일하며 불편한 부분들은 없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도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미 : 간부를 맡고 처음에는 어떤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자리만 차지한다는 생각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게 맞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기사가 뜨고,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제가 맡고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할 일이 많아지니까 나름 조합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다만, 아직 아기가 어려서 애기를 재우고 틈틈이 글 쓰고, 주말에 몰아서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었지만 일이 없을때보다는 더 재밌고 뿌듯해요. 물론 앞으로는 매각이 아닌 다른 좋은 일들로 바빴으면 좋겠어요.

Q.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으신가요?

은진 : 작년에 저희 회사가 투기자본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나서 여러 투쟁활동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저희 공장 내에서 했던 야간 문화제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 진짜 울 뻔했어요. 부지회장님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길게 말하시는 걸 처음봤거든요. 많이 떠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시고, 이전부터 회사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을 갖고 계셨구나 싶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게 멋지시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그 동안 깊은 고민을 하고 지내지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날 날씨가 엄청 추웠거든요. 걱정 많이 했는데 다들 자리를 지키고 경청 해주는 모습도 좋았고 노래도 좋고, 서로 도와서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했거든요. 우리 조합원들과 연대 오신 분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하나된 것 같아서 좋고 감동적인 날이었어요.

정미 : 제가 언론에서만 봤던 노동조합은 진짜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연대집회에 참석했는데 그 무더위에도 많은 분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기 시간내서 집회에 오셨더라고요. 그리고 그날 화물연대 차가 빠방빠방 클락션을 울리면서 저희를 응원하며 지나가서 우리도 같이 환호로 화답했던게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또 서울에서 우리회사 매각 문제로 기자회견을 하는데 주변에 다니는 시민들은 다들 관심이 없을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택시기사님이나 운전자분들이 창문을 내리고 이야기를 들으시더라고요. 또 지나는 분들도 못본척하고 지나갈법도 한데 기자회견 현수막을 자세히 읽고 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놀랐어요. 우리가 하는 것들이 정당하고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여성으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미 : 감사히도 그동안 여성이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데, 임신했을 때 걱정되는 일이 있었어요. 제 업무가 실험하는 업무여서 화학약품인 유기용매를 많이 만질 수 밖에 없거든요. 첫 아이이기도 해서 마음이 불안하고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업무 교체를 요청했는데 QC팀 특성상 업무가 제품에 대해 시험자 검증이 필요하거나 인수인계 시간이 부족한 이유들로 빠르게 교체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보호장비를 착용한다고해도 걱정이 많이 됐었죠. 결국 시간이 지나고 업무가 교체됐는데, 업무교체로 인해 다른 팀원들도 불편한 상황이 돼서 미안하기도 하더라고요.

은진 : 입사초기에는 성희롱도 흔히 있었어요. 그당시는 그걸 문제삼는 사람도 없었고, 문제삼는게 이상한 때였죠. 지금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깔끔해졌어요. 여성복지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제 업무상 무거운 롤을 드는 일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 무게가 여자들이 이걸 어떻게 들어 할 정도로 무거운 건 아니예요. 15KG~20KG 정도니까 들 수는 있는 무게죠. 그런데 하루에 수십개씩 들고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 무리가 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작업환경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거우니까 남자들 시키자고 하기 보다는 여성들도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되면 좋겠거든요.

Q. 성평등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은진 : 저는 성평등한 일터를 만드는 건 구조적인 문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건 당연하지만 여성 스스로 “나는 이거 못해.”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거든요. 나도 할 수 있는게 많이 있고, 내가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나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하고 그 부분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바뀐 환경에서 여성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정미 : 아무래도 여성들이 조금 뒤에 있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요. 결과는 궁금해하지만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종종 봤거든요. 하지만 바뀌기를 원한다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한마음이 돼서 나서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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